고령 투숙객이 부딪히는 벽은 법이 아니라 침대 높이다

미국 호텔업계는 법정 접근성 기준(ADA)을 지켜도 고령 투숙객이 쓰기 불편한 객실을 그대로 두고 있다. 침대 높이, 욕조, 예약 단계의 정보 부족이 업계 관계자들이 반복해서 지목하는 구체적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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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호텔업계에서 고령 투숙객을 위한 접근성은 법정 기준을 지키는 일과 별개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990년 제정된 미국장애인법(ADA)은 문 폭, 회전 반경, 손잡이 위치 같은 최소 규격을 정해 두었지만, 애초에 시민권 법으로 설계된 기준이라 호텔에서 실제로 편하게 지낼 수 있는지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접근성 컨설턴트 Brett Heising은 Hotel Dive와의 인터뷰에서 "ADA를 준수한다고 해서 쓰기 쉬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여행 플랫폼 Wheel the World의 Andrés Villagrán도 ADA를 시민권 기준으로 만들어진 최소선일 뿐, 호텔 사용성 기준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 모두 접근성을 규제 항목이 아니라 서비스 설계의 문제로 다시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업계 컨퍼런스에서는 이런 논의가 '경쟁력'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되곤 하지만, 그 구호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현장에서 되풀이해 보도된 구체적인 실패 사례들이다.

기준은 지켰지만 침대가 너무 높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문제는 침대 높이다. 호텔은 대체로 미관을 고려해 30에서 32인치 높이의 침대를 들인다. 이동에 제약이 있는 투숙객에게 적정한 높이는 22에서 23인치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Wyndham Hotels의 Keith Harris는 이 문제가 투숙객이 가장 자주 꺼내는 불만 중 하나라고 밝혔다. 침대 프레임을 낮추거나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매트리스를 두는 식의 대응은 비용이 크지 않은 축에 속하지만, 미관을 우선하는 객실 디자인 관행 탓에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욕실도 마찬가지다. 욕조는 고령 투숙객에게 낙상 위험이 큰 시설로 꼽히고, 레인샤워보다 손으로 잡고 쓰는 샤워기와 문턱 없는 샤워 입구, 미끄럼 방지 바닥재가 접근성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요소는 ADA가 요구하는 최소 규격에는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준수 여부와 별개로 설계 단계의 선택에 달려 있다. 조명 밝기나 손잡이 색상 대비처럼 시력이 약해진 투숙객에게 필요한 세부 사항도 규정에는 담기지 않는 영역이다.

"대다수 여행자가 마주하는 가장 큰 접근성 장벽은 그 기능이 없다는 게 아니라, 예약 전에 그 기능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Villagrán의 말이다. 그가 짚은 지점은 시설이 아니라 정보다. 예약 사이트의 필터는 대개 '접근 가능한 객실' 여부만 표시할 뿐, 욕조인지 샤워인지, 침대 높이가 얼마인지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 결과 투숙객은 확인 없이 위험을 감수하거나, 전화를 걸어 일일이 물어보거나, 예약 자체를 접게 된다. Heising은 이런 개선에 큰돈이 들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콘센트 위치, 조명, 그리고 직원이 눈에 보이는 장애와 보이지 않는 장애를 함께 인지하도록 교육하는 일부터가 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체크인 단계에서 직원이 필요를 직접 묻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이 해결된다는 게 그의 요지다.

체크박스로는 안 풀린다

영국의 호텔 디자인 전문지 Hotel Designs가 접근성 설계를 주제로 연 토론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건축사무소 HKS의 John Wix는 접근성 요건을 항목별로 확인하고 넘어가는 절차로만 다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Sin & Co의 Jonny Sin은 접근성을 휠체어와 평평한 통로에 한정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시각 장애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까지 포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숙객이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순간 독립성을 잃게 된다는 점도 짚었다. Gensler의 Trevor To는 투숙객이 필요를 깨닫기 전에 그 필요를 먼저 헤아리는 것이 설계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역사적 건물을 개조하는 경우는 특히 까다롭다. 좁은 복도와 계단 구조, 보존 규정이 얽혀 있어 접근성 전문가가 설계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지 않으면 뒤늦은 수정에 비용이 크게 불어난다는 것이 토론 참석자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객실만이 아니라 로비, 레스토랑, 바 같은 공용 공간의 동선과 조명, 소음 관리, 안내 표지판까지 함께 검토해야 접근성이 완성된다는 점도 강조됐다. 기술은 이런 검토를 보조하는 도구일 뿐, 직원의 응대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가구의 팔걸이 높이나 좌석 깊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요소가 고령 투숙객의 존엄과 독립성에 미치는 영향도 거론됐다.

두 매체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이 격차가 이어지는 이유는 새 규정이 없어서라기보다 설계와 시공 단계의 우선순위 배분에 가깝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침대나 욕실 사양은 대개 브랜드 표준과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결정으로 먼저 정해지고, 접근성 전문가는 그 뒤에 규정 준수 여부만 점검하는 역할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설계 초기에 접근성을 반영하면 비용 차이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반복되는 것도 이런 순서와 맞닿아 있어 보인다. 반대로 완공 이후에 문제를 발견하면 벽을 다시 뚫거나 배관을 옮기는 공사가 뒤따르므로, 비용 격차는 시점에서 갈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은 시장이 아니다

수치로 보면 이 논의는 이미 작은 틈새가 아니다. 미국 인구조사국 추산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전체의 17%에서 2060년 23%로 늘어나고, 85세 이상 인구는 같은 기간 약 세 배로 늘어 190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Hotel Designs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호텔 투숙객 다섯 명 중 한 명은 이미 65세 이상이고, 고령층 셋 중 한 명은 어떤 형태로든 이동 제약을 겪는다. 이 가운데 휠체어를 쓰는 비중은 열에 하나 정도로, 접근성 수요 대부분은 휠체어 대응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럭셔리 여행 지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으로 꼽힌다.

  • 65세 이상 인구 비중: 2020년 17%에서 2060년 23%로 (미국 인구조사국 추산)
  • 85세 이상 인구: 2060년까지 약 1900만 명으로 세 배 증가 전망
  • 호텔 투숙객 다섯 명 중 한 명은 65세 이상, 고령층 셋 중 한 명은 이동 제약 경험
  • 적정 침대 높이 22에서 23인치, 통상 설치되는 침대 높이 30에서 32인치

Studio Pacifica의 Shelton Ensley는 이를 두고 돈을 쓸 여력이 있는 손님은 고령층이라고 요약했다. 젊은 층 취향에 맞춘 마케팅에 예산을 쏟는 동안, 이미 지갑을 연 손님층의 불편은 뒷전에 놓이고 있다는 뜻이다. Heising은 호텔이 금맥 위에 앉아 있으면서 그걸 알리는 법만 배우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발언들은 접근성 컨설턴트와 설계사의 입장에서 나온 것으로, 개선이 매출로 이어졌는지를 계량적으로 보여주는 별도의 집계나 조사는 두 매체 어디에도 없다. 특정 체인이나 브랜드를 성공 사례로 수치화해 제시한 대목도 없었다. 두 매체 모두 특정 브랜드의 협찬이나 광고 관계를 밝히지 않은 독립 보도였다. 이 글에서 인용한 전문가는 모두 미국과 영국에서 활동하는 컨설턴트와 설계사로, 다른 지역 호텔 시장에 같은 수치와 진단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함께 밝혀둔다.

업계에서 오가는 말은 나이 포용이 경쟁력이라는 결론으로 모이지만, 그 경쟁력이 새는 지점을 짚어보면 규정 준수가 아니라 침대 높이, 욕조, 예약 페이지의 정보 같은 구체적인 지점이다. 개선 비용이 크지 않다는 관계자들의 설명이 맞다면, 이 격차는 예산이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로 남는다. 어느 체인이 이 격차를 먼저 메울지, 그리고 그 결과를 매출로 증명해 보일지는 아직 열려 있는 질문이다. 지금 나온 근거만으로는 그 답을 예단하기 어렵고, 다음 갱신 주기의 설계도가 그 답의 일부를 보여줄 것이다.

출처: Hotel Dive · Hotel Designs